나는 사실 직관적 식사를 작년 9월부터 해오고 있다.
10대 때부터 다이어트에 집착했고, 20대 후반부터 원인 불명의 피부 질환으로 인해 나의 식습관은 늘 절제와 폭주의 반복이었다.
그동안 피부 때문에 밀가루, 튀김, 설탕을 극도로 제한했고, 거의 2년 동안 점심은 생채소 샐러드였다. 먹고 나면 피부가 가렵고 진물이 나는 일을 수도 없이 반복했다.
클린식만 먹다가 밀가루나 설탕, 튀김을 먹으면 피부가 더 심하게 반응하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이렇게는 평생 살 수 없을 것 같아 다 내려놓았다. 이것이 내가 처음 직관적 식사를 시작한 이유다.
처음엔 무엇을 먹어야 하는지, 내가 먹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조차 몰랐다. 그래서 그냥 그동안 못 먹었던 것들을 마구 먹었다.
특히 편의점 식품을 많이 먹었다. 예전엔 편의점에 가면 무조건 반숙란, 훈제란, 탄산수만 샀었다.
직관적 식사를 하면서도 체중이 늘까 봐 다시 조절하려는 마음이 올라왔다. 몸무게를 재는 것이 힘들어 집에서 체중계를 치웠다. 대신 자주 입는 청바지가 불편한지로 몸의 변화를 확인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스스로에게 질문하기 시작했다.
‘내가 진짜 먹고 싶은 게 무엇일까?’
쉽게 대답이 나오지 않았다. 꽤 오랜시간동안 나는 본성을 늘 이성으로 눌러 왔고, 건강하다고 여겨지는 음식들만 찾아 먹었다. 그냥 적당히 먹으면 괜찮았을 텐데, 보상심리로 와구와구 먹곤 했다. 오래 눌려 있던 본성은 쉽게 회복되지 않았다.
그러다 급성 위장염이 왔다. 이것 또한 몸이 보내는 신호였다. 하루 종일 죽 한 숟가락과 오렌지주스 한 병만 먹을 수 있었다. (내 돈 내고 과일주스를 사 마실 일은 절대 없었다. ‘설탕 덩어리를 어떻게 마셔’라는 생각이었는데, 그때는 그게 엄청 당겼고 그것만 먹을 수 있었다.)
이렇게 아파 보고 나니 직관이 조금 선명해진 느낌이었다.
이후에도 쉽지는 않았지만, 먹고 싶은 것이 떠오르면 메모해두고, 배부르면 숟가락을 놓는 연습을 했다. 내가 먹을 수 있는 양, 한 끼로 편안하게 먹을 수 있는 양이 얼마인지 알아내는 데 집중했다.
먹고 싶은 것은 조건 없이 먹어 보았고, 간헐적 단식도 깨뜨려 보았다. 잠자기 전에 어느 정도 먹어야 숙면이 가능한지도 알아가려고 했다.
그렇게 6개월이 흐르고, 나의 식욕은 이전보다 덜 불안정해졌다.
아직 어떤 날은 많이 먹어도 속이 허하고, 또 어떤 날은 적은 양만 먹어도 만족스러워 입이 자동으로 닫힌다.
그냥 이것도 나고 저것도 나다라는 마음으로, 제한하지 않고 속이 편한 만큼만 먹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러다 보면 언젠가는,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안정적인 날이 오겠지.
음식 앞에서 침착한 나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지난 한 주 동안은 불안과 우울로 기분이 바닥을 쳤고, 식욕은 겉잡을 수 없이 들쭉날쭉했다.
오늘에서야 이유를 알았다.
안녕, 새로운 생명체야.
우리를 선택해줘서 고마워.
오늘 조금 못나게 너를 맞이한 것 같아 미안해.
아직 조심스럽지만, 우리 잘 해내보자.
앞으로도 나는 직관적 식사를 계속 이어나갈 예정이다.
카테고리 없음
기쁨, 슬픔, 설렘, 불안을 모두 느낀 날
반응형
반응형
댓글